기타를 메고 다니면 사람들이 종종 곁눈질로 쳐다본다. 그러면 나는 심각한 뮤지션이라도 된 양 괜히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척을 한다. 기타를 메고 버스에 타면 민폐스럽다. 부피로는 두 명 정도니까 버스비를 두 배로 내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도 된다. 등에 진 기타를 가리키며 “들어줄까요?” 하고 물어보시는 친절한 어른들도 계신다. 혼잡한 버스 안에서 기타를 메고 이리저리 치이는 게 안되어 보여서 그러실 테지만, 내심 한 번 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실 테다. 기타 하나를 맨 덕에 여러 사람들과 음악에 대해 잠깐이나마 이야기를 나눈다.
방송국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횡단보도 앞에서 한 외국인 여성 분이 젬베를 치고 있었다. 내가 존 메이어처럼 자유자재로 기타를 칠 수 있다면 같이 한 곡 부르면 좋을 텐데. 입 속으로만 짧게 인사를 건네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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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입구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경비아저씨가 인기척을 느끼고 신문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물었다. 어… 출입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 들은 게 없는데…어떡하지? 살짝 당황했다. 곧바로 종종 방송국에 오는 척 자신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방송하러 왔어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친근한 웃음을 띄며 “네. 여기 이름 적고 들어가세요”했다. 방송국이 이렇게 편한 곳이었나? 이게 끝인가? 처음 가는 건물이고 잔뜩 긴장을 해버려서 엘리베이터도 보이지 않았다. 계단으로 가야 하는 건가 하고 왔다 갔다 두리번거리는데, 경비아저씨가 내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고생은 피했다. 에휴 이렇게 정신이 없어서 어떡한담.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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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으로 올라가니 오른편에 있는 기다란 복도에 스튜디오가 여러 개 있었다.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서 엘리베이터 앞 소파에 앉아 선인장씨에게 연락을 했다. 답문이 오기 전에 담당 작가님이 다가왔다. “혹시.. 눈썹씨?”하면서 아는 체를 하셨다. 작가님을 따라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스튜디오 안에는 DJ분이 먼저 기다리고 계셨다. DJ님은 “왜 이름이 눈썹이에요?”하고 물어보고 “음악 하는 게 직업이에요?” 하고 물어보기도 하셨다. 계속 긴장돼서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십 여분 뒤에 선인장씨가 도착했다. 선인장씨가 들어오니 분위기가 금세 부드러워졌다. 어느 자리에서나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람이라 다들 편하게 일하는 것 같았다. 방송이 마무리될 무렵에 방송에서 만든 음악들을 가지고 공연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작가님과 DJ님 둘 다 자신들도 그날 같이 참여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거 갑자기 일이 커지는데. (너무 좋다!) 이윽고 DJ님은 부스로 들어가서 준비를 하시고 각자가 자기 자리를 찾았다. 갑자기 혼자가 된 기분이 들어서 괜히 물을 들이켜고 화장실을 왔다 갔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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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할 시간이 다가와 부스에 들어갔다. 어젯밤까지 연습하면서 방송에서 기타를 절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었는데 그러고 보니 이야기도 해야 하는구나. 생방송인데 괜찮을까? 준비가 잘 된 게 맞나? 더 이상 감상에 빠질 시간도 없었다. 이미 로고송이 나오고 있었다. 첫 번째 음악인 ‘어떤 여행’과 함께 나도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