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에게 미쳤다고 했다. 과학고 수석을 하고 의대나 약대가 아닌 공대를 갔을 때, 학과 수석보다 학생회, 연극, 독서, 여행, 연애에 마음을 빼앗겼을 때, 과기부 장관 장학생으로 박사를 하다 돌연 석사 졸업하고 취직 했을 때, 안정된 대기업 연구직을 관두고 기초시급에 가까운 페이를 받으며 청소년 교육에 뛰어들었을 때. 또라이, 배신자, 멍청이, 실패자, 나를 그런 이름으로 불렀다.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나중에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다. 통상적인 길을 벗어나 너 자신의 선택을 하면 어떤 반응이 올 지를. 가깝고 따듯했던 사람들조차 어쩔 도리 없이 네게 그런 말을 던질거란 사실을. 섭섭하기도 한데 이해는 한다.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만나는 건 귀중한 경험이다. 잘 소화해낸다면 나의 그릇을 넓힐 수 있다.
나는 알고 싶었다. 내 능력이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세상의 간절한 필요는 무엇일지. 이왕이면 내가 즐겁게 행할 수 있는 형태였으면 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겠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고 나를 끊임없이 발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꼭 찾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를 말로 공격하면 나는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그 다음은 약자가 터무니없이 고통받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약을 먹거나 내 몸에 상처를 내지 않으면 진정되지 않는 정도이다. 그런 순간들이 참 많았고 또 많은데... 내가 세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나를 회복시킨다는걸 겨우 알게 되었다.
바보 같겠지. 단면만, 자기 입장에서 본다면. 하지만 나는 지금 너무나 기쁘고 행복하다. 드디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다. 주도면밀히 실현해나갈 생각에 가슴이 뛴다. 죽고싶었던 게 아니라 이런 삶을 갈망해왔던 거란걸 깨닫는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아 실현이라는 것, 그렇다면 내 선택은 옳았다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인정하는 첫 순간.
나같은 아이들 정말 많겠지. 힘내서 더 근사한 사람이 되어야지. 돈도 많이 벌고, 나에게 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 많이 벌고 잘 살게 해줘야지. 하고 싶은 일 하며 잘 살 수 있다는걸 모두가 알게 해줘야지. 나는 그러려고 태어났나보다. 그렇게 설명되는 편이 좋겠다. 당신도 꼭 그럴 것이다. 그러니 함께 합시다. 그러면 앞으로 올 슬픔이나 아픔도 다 괜찮을 것만 같다.
(2017.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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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고 아름다운 초심이었다. 수많은 분들이 이 글을 봐주시고, 공유해 주시고, 기회를 주시고, 넓고 먼 길을 보여 주시고, 손을 잡아 주셨다.
그렇게 10년을 먹고 살아 지금이 되었다. 운이 좋다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왜 나를 아껴 주실까, 왜 노아를 믿어 주실까. 답은 모르고 그 믿음과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건 안다. 치열하고도 평화롭게 살아가려 하루 하루 노력할 뿐이다.
꿈이 있다면 이 삶을 죽을 때까지 누릴 수 있길. 그것만을 바란다. 겪고 느끼고 울고 웃고,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연결되고 연대하는 이 삶.
5년 전 오늘, 어느 작은 교실에서 너무나 행복했던 내 모습이 나의 갈 길을 알려주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아가요. 그러니, 감사하단 말밖엔 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