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독히도 게으른 사람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이 임박해서 시작한다. 미루는 와중에 머릿속은 '해야 한다'는 생각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분주하고 돌아간다. 분주하게 머리를 굴리면서도 시작하고 있지 않는 나의 모습에 마음이 불편하다. 불편한 마음이 들면 자동적으로 휴대폰을 손에 들고 유튜브를 누른다. 시간이 흐른다. 머리와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나는 오늘도 유튜브에서 몇 시간을 흘렸다.
'이 정도 게으름은 보통 다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얘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아침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눈이 떠졌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것을 시작하지 못해서 꽤 오랜 시간 참는다. 참고로 지금 살고 있는 집은 8평 원룸이다.
건강한 성인이 귀찮아서 요의를 참는다는 사실은 정말 한심한 일이다. 실제로 요의를 참고, 물을 적게 마시는 최악의 습관 조합으로 비뇨기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라며 선을 긋기 시작할 거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벌써 몇 년 전이다. '브런치 작가 되는 법'과 관련된 유튜브를 몇 개를 봤는지 모른다. 방전된 노트북에 충전기를 연결하고, 카카오 아이디를 찾아 로그인하는 이 과정을 시작하기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와중에도 노트북을 덮고 싶은 충동이 몇 번이나 일었다. '이런 글을 쓰려고 그동안 미룬 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스쳤다. 잘 참았다.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글을 끝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안타깝게도 맘에 안 드는 글을 쓰고 있자니, 머리를 무언가 꽉 누르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하는 창작활동에 나타난 근육통일까. 뇌신경 사이에 시냅스가 연결되는 느낌일까. 오늘 나는 이 짧은 글을 통해 완료주의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