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S(월경 전 증후군) 증상의 흔적
내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자율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꽤 자율성이 높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전공을 정하고, 대학을 정하고, 취업할 회사를 정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나는 항상 나의 생각과 느낌이 가장 중요했다. 직장인 9년차가 된 현재의 나는 소음에 갇혀 나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말하는 법을 잊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삶의 목적이 없다. 언젠가 있었는지, 생긴적이 없는건지 모르겠다. 책과 유튜브에서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는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한다. 나에게 아주 맘에 드는 삶을 찾지 못했다. 어디에도, 나의 삶은 없었다.
한 개인의 구체적이고 특수한 상황을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철학이라고 한다. 철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구체적이고 특수한 자신들의 삶에서 마주친 문제들을 여러 사람, 여러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이다. 중요한 사실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개인의 삶에 있다.
언젠가 스스로가 별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나의 삶을 쥐고 흔들지 못하거라고 확신했던 시절이다. 내가 유일하게 가진 것이 '나 자신'이라고 여기던 시절이다. 요즘의 나는 내가 빛을 받을 만한 별을 고르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어떤 빛을 받아야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애초에 나는 별이 될 수 없다는 체념이었을까.
무엇인가 강하게 원하는 것이 없을 때에는 반대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정말 싫은 삶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현재의 모습으로 끝나는 삶이다. 무엇을 해야 가장 좋을까를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는 삶을 살아야한다. 하는 것을 지속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부족한 것보다 싫은 것은 없는 것이다. 부족한 나보다 내가 없는 것이 훨씬 끔찍하다. 부족함은 채울 수 있지만, 어떤 모습으로도 존재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