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17. 2022

소 금   항 아 리





항아리에 금이 갔다

옛날에는 물 새는 항아리를 버리기 아까워 소금 항아리로 썼다

금이 간 항아리에 천일염 소금을 듬뿍 채워 현관 앞 신발장 위에 올려 놓았다

액(厄)을 막는 방법이다


사람 간에도 금이 간다

단단한 우정도

달콤한 사랑도

언약도, 약속도 금이 간다

사용기간이 오래되면 부식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깨진다

그래서 만물 모든 것에는 사용연한, 유통 기간이라는 게 있게 마련이다


여기저기 균열이 가고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깊은 겨울 쩡!!! 하며 호숫가 얼음 깨지는 소리가 절정이다

내 속이 깨지는 소리는 사뭇 고요하다

깨지지 못해 헐겁고 지리멸렬한 것들은 추레하다


항아리에 금이 갔다

대를 이어 사용해온 항아리다

버리기 아까워 소금 항아리로 쓴다

신안 앞바다에서 온 소금을 품고 들고나는 사람들을 지켜볼 것이다

사람들 금이 가는 모습들을 바라볼 것이다


내가 금이 가는 소리도 들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 울   속 으 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