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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14. 2022

겨 울   속 으 로





냉전의 시대

냉설의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눈 사슴이 서 있는 곳에

폭설이 퍼붓고

눈 속에 묻혀 한 겨울 보내고 나면

개나리 목련이 피고 지고

감꽃 향기 지천이고

라일락 진 자리 다시 서설이 내린다

한 시절, 두 시절 보내고 나면

온통 겨울처럼 흰빛 세상도

나이가 든다


한계령 이든

은비령 이든

그 겨울만 같아라

은자당 주인마님 섬섬옥수로 빚어낸 버선코처럼

처마에 고드름 주렁주렁 달리고


겨울 매서운 바람

태백 준령 타고 동해로 나가

먼 겨울 밤바다 명태 잡이 배

불을 밝히고

만선 깃발 펄럭이는 겨울바다

아, 다신 돌아올 줄 모르는

그리운 겨울 동면이여

가슴속을 파고드는 여인의 겨울 정수리여

모두 싸늘하게 식었구나


내 마음 그 겨울, 그 그리움

필레 밤 약수터에서 천년 별무리를 올려다본다

겨울이 쏟아져 우박 알갱이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순임아, 너는 잘 있느냐

묻는 너도 그 겨울 모퉁이를 기억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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