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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08. 2022

정     희





바다 앞에 서 있다

거대한 바람이 풍랑을 만들고

포구를 짓밟는다

바다새 한 마리가 날개의 힘을 놓치고 바다로 추락했다

비바람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방파제를 강타했다

정희는 우산을 날려 보내고 온몸으로 폭우에 맞섰다

마치 검투사처럼


어깨가 저리고 정수리가 아팠다

그러나 가슴은 뜨거웠다

신열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테드라 포드 위에서 성난 파도를 바라봤다

휩쓸리면 먼바다로 나아간다

지중해 발칸 반도 연안까지 갈 수 있을까


겨울 바다는 잔인하다

인간의 세상처럼 매정하다

혹독하게 살아온 세월처럼 매섭다

선술집에서 소주 세병을 먹고 자진했다

청양댁이 뒷방에 눕혀줬다

전기장판 위에서 등이 한없이 따듯했다


돌아가기 싫다

양미리 코나 따며 여기서 살까


청양댁 등쌀에 등 떠밀려 이틀 만에 귀가한다

터널을 비켜 한계령을 넘는다

사평으로 간다


# 사평 : 9호선 신논현과 고속터미널 사이에 있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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