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기대고 있는 사이

by 시인 화가 김낙필


문 뒤에 등을 대고 오래오래 서 있었다

문을 안으로 잠그고 길게길게 오열하는 그를

위로할 말은 없었다

나보다 더 아픈 이는 없을거라던

내 오만은 종이장처럼 얇은 자만 이었음을 알고나서 나는 숨을 죽였다

내가 그에게 준 사랑은 비수였고 칼날 이었다

내 등줄기에 강이 흐르고

잠긴 문밖에서 절음발이가 돼서

그의 가슴밖으로 밀려난 사람은

겨울 벌판 허수아비가 되었다

그렇게 오래오래 등은 기대고 선 문은

나룻배가 되어

긴 슬픔에 강을 건너고 있었다

안 익은 파란 바나나가 귤처럼 노랗게 익어가듯

사랑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우린 그냥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사이

누가 누굴 사랑 하던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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