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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02. 2023

마 법 의  시 간





역병으로

두 해동안 못 만난 친구들이 모처럼 모였다

눈가에 주름들이 많이 늘었다

말도 어눌해지고

기력들도 많이 쇄했다

늙는 줄도 모르고 까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많이 쪼그라들었다

점점 더 늙어가고 있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핑계로

매달 만나기로 결정했다

당구 게임도 하고

반주에 식사도 하면서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는 일이

이렇게 중요한 만남이 될 줄 몰랐다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고장 나고

연식이 오래되어 유통기간을 지나다 보니 성한 곳이 별로 없다

움직일 수 있고 정신 멀쩡할 때 자주 보자는 의견이 현실적인 논리다


매달 넷째 주 2시에 '송내'에서 만나서 당구도 치고

저녁 무렵 되면 함께 식사하러 간다

8시쯤 소맥에 해물탕에 얼콰해지면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뿔뿔이 다시 흩어진다

전철로 버스로 뚜벅이로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늙어서 친구란

유일한 위안이다

늙은이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의 시간이다


생물은 다 늙는다

인간은 늙는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다가

한 순간 아차 싶게 늙어있는 나를 본다

그땐 이미 물 건너간 거고

버스도 지나간 거다

젊음은 잠깐동안 머물다 휙~하고 졸지에 가버리는 바람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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