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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가 돌아왔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저문 저녁 언덕배기 위에서 여자 둘이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다

하나는 옥희

하나는 순덕이


로드 보드를 타려고 헬멧과 장갑, 보호대를 착용하고 집을 나서는 길이다

언덕을 내려가다 이들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오십 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옥희야" 하고 불렀다

그가 해맑게 웃으며 돌아본다


어디에 사냐고 물었다

'길림'에 산다고 했다

그러니 평생 볼 수가 없었나 보다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잘 산다고 했다

중년이지만 하나도 늙어 보이지 않는다


옥희는 옛날 산동네 시절 나를 제일 좋아라 따르던 옆집 宋 氏네 세 딸 중에 둘째 계집애 였다

너무 예뻤다


우리 집이 간석동에 땅을 사서 이층 집을 짓고

산 동네를 떠날 때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 무렵인 것 같다

그 이후로 살면서 옥희를 어디서든 한 번도 마주치거나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의 산 동네에 가보면 옛 집들은 하나도 없고 고층 아파트 촌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옛날 집터가 어디쯤 인지도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산 꼭대기에는 옛날 살던 70 년대 산동네를 재현해 놓은 박물관이 생겼다

나무와 톱밥, 구공탄을 때던 그 시절이 재현되어 있다


옥희를 만나서 반갑고 설레었다

한참을 얘기하고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연락하자고ᆢ

그리고 돌아서 가는 그를 돌려세워 생전 처음 입 맞춤을 했다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그리고 그녀가 '길림'으로 돌아갔는지는 잘 모른다

거기서 잠을 깼으니까

꿈속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도 다녀 가셨다


오늘 오십 년 만에 옥희와 순덕이와 부모님을 만난 기념으로 복권이라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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