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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옥희가 돌아왔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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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저녁 언덕배기 위에서 여자 둘이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다
하나는 옥희
하나는 순덕이
로드 보드를 타려고 헬멧과 장갑, 보호대를 착용하고 집을 나서는 길이다
언덕을 내려가다 이들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오십
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옥희야" 하고 불렀다
그가 해맑게 웃으며
돌아본다
어디에 사냐고 물었다
'길림'에 산다고 했다
그러니 평생
볼 수가 없었나 보다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잘 산다고 했다
중년이지만 하나도 늙어 보이지 않는다
옥희는 옛날 산동네 시절 나를 제일 좋아라 따르던 옆집 宋 氏네
세 딸 중에 둘째 계집애 였다
너무 예뻤다
우리 집
이 간석동에 땅을 사서 이층 집을 짓고
산 동네를 떠날 때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 무렵인 것 같다
그 이후로 살면서 옥희를 어디서든
한 번도 마주치거나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의 산 동네에 가보면 옛 집들은 하나도 없고 고층 아파트 촌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옛날 집터가 어디쯤 인지도 전혀 가늠할 수가 없다
산 꼭대기에는 옛날 살던 70 년대 산동네를 재현해 놓은 박물관이 생겼다
나무와 톱밥, 구공탄을 때던 그 시절이 재현되어 있다
옥희를 만나서 반갑고
설레었다
한참을 얘기하고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연락하자고ᆢ
그리고 돌아서 가는 그를 돌려세워 생전 처음 입 맞춤을 했다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그리고 그녀가 '길림'으로
돌아갔는지는 잘 모른다
거기서 잠을 깼으니까
그
꿈속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도 다녀 가셨다
오늘 오십 년 만에 옥희와 순덕이와 부모님을 만난 기념으로 복권이라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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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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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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