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피투성이 애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작업을 마치고 들어온 날

게임을 치르고 들어온 날

만신창이 몸으로 너를 껴안으면 내 몸도 피 투성이가 된다


격투가나 킬러의 육체는 늘 홍등아래 그늘처럼 붉다

섬세한 정육의 갈기마다 바람이 들어와 산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턱이 으스러질 때 비로소 하루의 전쟁이 끝이 난다


밤새 어루만져 상처의 독을 지우고 새벽의 길을 가는 우리

生은 푸른 문신처럼 가학적이고 서늘하다


나의 피투성이 그대여

내 안으로 오라

나의 피와 살을 나누리니

곱디고운 시절로 우리 다시 돌아가자


우리 삶이 고달파도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가

다른 쾌락 말고 이 사랑만 먹고살자

그리고 조용히 품에 든 칼을 버리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