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하는 이유

통영

by 시인 화가 김낙필





자기 제어가 안될 때

여한이 없을 때

우울할 때

많이 아플 때

시한부 통보를 받았을 때

삶에 의미가 없을 때

자신을 상실했을 때

빚더미에 앉았을 때


12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보면

먼 섬들이 들어오고

유람선과 고깃배가 들고 나는 항구가 보인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바로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물이 차가울까 따듯할 까

괜한 걱정도 해보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는 충동적이다가

저녁 노을을 보면 가라앉는다

계절이 다 가도록 헤어질 결심을 못 했다

포구의 아침저녁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에 자꾸 결정을 미룬다


오늘은 빈 차를 타고

밤 항구를 돌았다

통영 기사 아저씨는 택시 요금으로 삼만 원을 받았다


원조 통영 할매집에서 김밥을 먹었다

비 오는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다

개인택시가 와서 탔다

언덕을 오르자 바다가 보이는 집, 아파트가 보였다


오늘은 헤어질 결심을 해야겠다

통영은 아프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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