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길이 있다고 했다
그 길들이 만나 이어져 로마로 간다
북해에는 코끼리 고래가 살고
동해에는 명태가 살았다
사람들은 서로 인연을 맺고 살았다
주문진 항에도
대진 포구에도 그물을 꿰매는 유랑인들이 살았다
오징어배가 어둠을 밝히는 새벽
만선의 배들은 포구로 몰려들었다
파시[波市]를 이루던 어전은 쇠퇘해 흉물로 남았다
돛을 내리던 바다는 텅 빈 운동장이 되어버렸고
이방인들이 떠나고 빈터에는 회오리바람이 분다
고성 북어 덕장에는 러시아산 동태가 널렸다
거진항에는 명태배가 사라졌다
다소곳이 한코로 걸린
한 쌍의 명태가
원앙보다 더 정겨웠던 초가집 부엌 기둥에는
낡은 그을음만 남아있다
다듬이 방망이로 두드려 맞아야 살이 부드럽게 펴지던
북어의 고향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사람도 오징어 배도 명태도 북어 덕장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