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성탄

by 시인 화가 김낙필






성탄절 카드가 하나

우편함에 들어 있습니다

추억에 일기장에나 있을법한 그런 일입니다


누가 보냈는지 발신인이 없습니다

옛날 그 시절에 발송한 것이 아닐까요

수십 년을 돌아 도착한 성탄카드는 그 시절로 마음을 소환합니다


메신저가 대신해 주는 요즘 인사가 익숙해져

이 카드를 받고 조금은 당황스럽고 생경 맞습니다

누군가 곱게 써 내려간 인사말

"올 한 해도 관심 가져주시고 성원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새해에는 댁내에 만복이 깃들고 평안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곱고 여린 필체가 가슴을 훈훈하게 채워줍니다

서재 책상 위에 소중하게 세워 둡니다

한 장의 성탄 카드가 마치 큰 일을 이뤄낸 것처럼 뿌듯합니다

덕분에 한 해가 안온했고

새해가 기다려집니다


됐다

이 카드 한 장으로 세상 모든 것들을 용서하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