密 月

by 시인 화가 김낙필





'치토세' 공항에서 발진하려던 비행기는 뜨지를 못했다

십 년 만에 폭설로 공항이 완전히 마비 됐다는 소식이다


입국장 전광판을 보고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못 올 거란 생각을 했다

인천 공항도 폭설로 인해 출국 항공편이 절반 이상이 취소되고 있었다


로비 입구 쪽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잔 시켜놓고 망연히 전광판에 시선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승객들을 물끄럼히 바라본다

수많은 약속들이 줄줄이 깨지는 순간들이다


가야 할 곳을 가지 못하고

와야 할 곳을 못 오는 사람들 틈에서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들

영화 속 장면을 감상하듯 하염없이 바라본다

자연의 역습은 위대했다


문자 알림 벨이 울렸다

"현지 사정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오기로 한 약속으로부터 전문이 왔다

나는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

어차피 '나이로비' 가는 항공편도 뜨지를 못했으니까

약속된 일정은 깨진 거나 다름없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배를 타기로 결심하고 입국장을 나와

매표소에서 부산행 시외버스표를 구매했다

거기서는 日本海를 건널 수 있지 않을까

바다가 얼지 않았으면 출항하겠지


인천 대교를 건너면서

세상이 눈 속에 사라져 가는 풍광을 목격했다

눈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쏟아붓고 있었다

미친듯한 폭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