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키를 꽂자 이내 불이 켜졌다
캐리어를 벽 쪽으로 밀어 넣고 투윈 베드 건너
창에 가려진 커튼을 먼저 걷어냈다
혹시 강이 보일까
바다라도
아니면 거대한 숲
도시의 야경
기대와는 달리 어둠뿐이었다
누워서 동이 트는 해돋이 풍광을 본 적이 있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망망대해를 본 적도 있었다
안개에 싸인 강 줄기를 타고 오르는 새벽 범선을 본 적도 있었다
여행 중에 예약된 방의 뷰에 따라 여행의 질이 사뭇 달라진다
행운의 여신은 늘 내편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그러하질 못하다
늘 운이 따르는 것만은 아니다
내일은 부디
끝없는 야자수 밀림이라도 펼쳐주면 좋으련만
이국의 밤은 자동차 경적 소리만 요란하다
창문을 굳게 닫고 실내등을 소등한다
잠은 이미 멀리 달아나고 적막하다
시트가 이질적이고 차다
살균제 포르말린 닮은 냄새가 은은히 스며 있다
송장처럼 그 안으로 들어간다
오랫동안 여행하면서도 잠자리는 늘 서툴고 생경스럽다
내일의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잠을 청한다
도시 한복판인데
어디선가 나지막한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
꿈속일까ᆢ
늘 낯선 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