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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만의 조우

by 시인 화가 김낙필



백 년이 지난 건지

천 년이 지난 건지 잘 모릅니다

우주가 태어나기 전 일지도 모릅니다


블랙홀 입국장은 한가 했습니다

환한 모습의 그네가 카트를 끌고 나옵니다

그리고 날 지나쳐 가 버립니다

수만 년의 시공 차이 때문입니다

볼 수 없는 시공이지요


우린 만날 수 없는 사이입니다

서로 다른 시공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 년을 기다린 약속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천년 후 그네가 다시 블랙홀을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으로 가 버립니다

우주의 천 년은 이곳의 천 일입니다


천 년 후 우리는 인천공항

제5 터미널 입국장에서 우연히 반갑게 만납니다

그리고 강릉 가는 마지막 밤차를 탑니다

천 년이 지난 동해는 바다가 없는 사막이었습니다


우리가 물치항에서 광어회와 우럭 매운탕을 먹은 지

천 년만의 조우입니다

은비령 천 년의 약속은 윤회입니다


동편 멀리 사막으로 낙타의 행렬이 길고

신기루 해변에는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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