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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질없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生에

다섯 번의 연애를 했고

다섯 번을 이별했다


다섯 번의 사업에 성공을 했고

다섯 번을 실패했다


다섯 번을 죽었고

다섯 번을 다시 살아났다


이 다섯 번이 내 인생의 이력이다


여섯 번째 사는 나는 평생

다섯 번의 도둑질을 했고

다섯 번의 선행도 했다


중학교 때 여행지 기념품 가계에서 효자손을 훔쳤고

또 오래전에 사람도 훔쳐봤다

불난 집에 위로금을 전달했고

세계보건기구에 헌금도 냈다

힘든 집에 대출도 해 줬다


죄는 훗날 염라대왕 앞에서 낱낱이 드러날 것이고

상응하는 죄 값을 받을 것이다

선행은 별반 감형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여섯 번째 삶은 고요하다

사유하며 죽은 듯 산다

유난스럽게 살아봐야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살아보니 지나온 세월이 다 몸부림이었고

부질없음이었다


나는 다섯 번을 살고 다섯 번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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