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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專

독배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나를 마시고

당신을 마십니다

의 음료입니다

세상의 온갖 시름과 雜事를 잊게 해 주죠


독주는 사약입니다

몸을 서서히 망가뜨립니다

그러나 때론 독을 물리치기도 합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오늘 술을 마십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아끼던 술병을 열었습니다

아라비아에서 낙타를 타고 온 40년 된 코냑입니다


수십 년 끊었던 마약 같은 담배도 한 대 피워 물었습니다

독한 연기가 머리를 풀고 당신에게 달려갑니다

'버지니아 슈퍼슬림 블루'는 당신의 이름입니다

어지러운 몸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립니다


나를 분쇄하고

당신을 허물어버린 독주를 마십니다

헐거워져 주져 앉을 세월입니다만

독전(獨專)을 원 합니다


오늘을 살게 한 당신을 위해

마십니다

그대에게 가고 싶어서 마십니다

헐거워지면 행여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십니다


낙타가 사막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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