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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04. 2024

감나무 아래에서



타워크레인 너머로 청계산 매봉이 어렴풋이 들어오고

대극장 그랜드홀 앞마당 감나무 가지에 열매가 달렸다

솎아내야 남은 녀석들이 주먹만 하게 여물텐데

주인 없는 나무다 보니 누가 신경 쓰는 사람 하나 없다

벤치에 앉아 가지를 우러러보니 제법 열매가 풍성하


까치 한 마리 마당으로 날아와 두리번거리지만

까치밥 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무서리 져야 단물이 를 텐데

이른 행차시니

사전 답사 나오셨나 보다


감나무 아래 앉아 흐린 하늘을 바라보다가

높이 나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오늘은 수요 음감회가 있는 날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앙상블 아츠를 감상하러 왔다

브람스, 베토벤, 바흐, 쇼엔 필드, 슈베르트 세레나데 D.957-4 연주를 들을 참이다



조금 이른 행차를 했더니만

연주자들의 악기 음감 조율 중이라

조용히 밖으로 나와 감나무 아래에 앉았다

멀리 비구름이 몰려간다

때 이른 여름 장마  잠시 숨 고르는 소강상태라 잔뜩 찌푸린 날씨다


관객들이 모여드는 중이다

오늘도 좋은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려 한다

감나무 아래에서 라는 시적인 표현이 좋아서 

벤치에 잠시 앉았다가 간다



열매는 두어 달쯤 지나야

홍시가 될 것이다

그때 까치와 함께 들러 한 알쯤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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