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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계곡

by 시인 화가 김낙필



이름이 예뻐서 가보고 싶었다

초겨울 저녁 싸락눈 내리던 날

차를 몰고 달 항아리 계곡으로 들어갔다

호롱불 밝힌 카페에서 갈릭 파스타와 와인도 한잔하고

원두커피도 마셨다


돌아가려니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사라져 버려 하룻밤을 묵었다

봄이 와 눈이 녹을 때까지 갑숙이와 그곳에서 파묻혀 살았다


오랜 세월이 간 다음 다시

그곳을 찾아갔으나 길을 찾지 못했다


꿈이었던가

그날은 휘영청 달이 밝은 밤이었는데

달 없는 날 그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항아리의 입구는 영영 찾을 수가 없었다


달항아리는 달을 닮았는데

손가락이 긴 사람은 발가락도 길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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