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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황

by 시인 화가 김낙필



둔황으로 떠난 사람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명사산(鳴沙山) 한쪽 자락에 스스로를 묻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밤엔 슬픈 대금 소리가 밤새 울고 낙타가 잠을 뒤척였다


모래바람은 따가웠다

반쪽 달이 걸린 사막 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그 사람은 그 마을로 들어갔을까

거기서 애 낳고 잘 살고 있을까

그렇게 사막으로 간 사람은 발자취마저도 남기질 않았다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실크로드 사막이나

구채구 황룡 어디쯤이라고 말한다면

그대는 천국의 계단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국은 없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모래바람뿐이다

월아천(月牙泉)도 신기루일 뿐이다

그렇게 둔황으로 떠난 사람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오늘 내가 그를 찾아 떠날 것이다

나도 모래 속에 뼈를 묻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밤마다 모래바람으로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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