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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그늘

야채슈트

by 시인 화가 김낙필



햇살 가득한 아침

홍당무 반 개, 양파 반 개, 마늘, 생강 반쪽, 꼬갱이, 파세리, 미나리, 양송이, 대합 3 개, 토마토 한 개, 부챗살 한 조각, 들깻가루 한 스푼

간은 새우젓으로 한다


이건 요리 레시피가 아니다

냉장고 안에 보이는 것을 모두 때려 넣고 끓이는 거다

陸 海 空이 다 들어갔으니 맛도 제법이다

몸에 기름기가 가득 차 油性이니

섬유질이 많은 채식을 먹어줘야 한다


가지와 호박 썰어 소금 간으로 절여놓고

가지볶음과 호박전도 부쳐야겠다

사다 놓고 놔두어서 상하게 생겼으니 빨리 먹어야겠다


부추김치도, 파김치도, 알타리 김치도 다 익어버렸는데

열무김치를 담갔다

먹는 사람은 나 하나, 이게 다 욕심이다

끊을 수 없는 욕망이 속되다 싶다


야채 슈트를 한 그릇 먹고 나니 배 부르다

남은 양은 언제 먹지 고민이다

손이 커 그런지 늘 음식을 하고 나면 남는다


냉장고는 차서 배 터지게 생겼고

음식 가짓수는 점점 늘어난다

모두가 욕심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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