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무나무는 멋대가리 없이 잘도 자란다
다른 애들은 겨울을 타느라 잎을 떨구고 비실비실 하는데
얘는 그러든 말든 저 혼자 제멋대로 자란다
너는 걱정 없어 좋겠다
한 달에 한번 물만 주면 아무 불만 없이 새 순을 피운다
들여다보고 있자니 고무나무가 부럽기도 하다
세상이 하 수상하여 소화도 잘 안되는데
너는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잘도 자라는지 모르겠다
속도 참 좋다
사람들은 오늘도 패를 갈라
니가 잘났느니 내가 잘 났느니 광화문, 한남동에서 쌈박질만 해 대고 있는데
너 보다도 한참 못난 인간들이다
제 집안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작자들이
나라를 운영한답시고 설쳐대며 좌우진영으로 갈라 끝도없이 싸우고 있다
이 당파싸움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싸움이다
그래도 우리 백성은 절대 죽지 않는 불사조다
오늘도 걱정 없는 고무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