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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니 알겠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나이가 들다 보면

할 말을 다 하지 않는다

상대를 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보인다

그것이 연륜일까

상대방의 속을 보는 눈이 생긴다


세월이 가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저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감이 온다

이쯤 되니 반 점쟁이가 돼 가는 것이다

세월이 점쟁이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만남에서

상대에 대해서 깊이 묻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을 대강 알기 때문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멀다

그렇게 세월이 쌓이다 보면

서로를 잘 알기 마련이다


우린 서로를 잘 묻지 않는다

미래를 잘 알기 때문에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다

원하는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다

그저 함께 조용히 바람 따라가는 것이다


노을은 고요하게 진다

삶도 그렇게 지는 것이다

그러니 나이를 먹으면 한없이 고요해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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