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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동무

우정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나는 너에게 무슨 의미냐고 묻지 않는다

만약 너에게 내가 뭐냐고 물었다면 우린 결별했을 것이

서로를 구속하는 일은 구차하다


무거운 짐을 서로 나눠 들고 언덕을 넘어갈 때 생각한다

우정은 사랑보다 다섯 배쯤 영원하다고

우린 그렇게 걸어가며 늙어간다


시장통에서 찐빵을 나눠먹고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생각한다

먼 태곳적 벽화처럼 그려져 남을 인연으로

욕심부리지 말고 살자

그래서 우린 오늘도 걸에서 만난다


나에게 너는

너에게 나는 무어냐고 묻지 않는다

그저 오랫동안 장을 보고 팥죽을 나눠 먹는 사이다

그렇게 말동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늙어가고 있다

맹목의 바람처럼 부는 대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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