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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山

by 시인 화가 김낙필



설산을 바라보며 간다

계단을 내려오는 붉은 벨벳의 여인과 조우한다

카페 데크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남자

손을 잡고 돌길을 걷는 연인

차창 밖으로 끝없는 레일이 따라온다


노을 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골목길에 주저앉은 어둠

긴 터널은 블랙홀 닮았다

침대 무드등이 오늘따라 붉다

피아노 건반에 나비가 날아든다


고성위로 쟁반만 한 달이 뜬다

윤슬의 밤바다에 홀로 뜬 달이다

도시의 신호등이 붉은빛으로 바뀐다

겨울나무들이 한숨을 쉰다

예술의 전당에 고흐가 왔다

고흐 보러 가야겠다


설산을 마주하고 섰다

굽은 길을 따라 달린다

설산은 다가오지 않고 자꾸 달아난다

나는 뒤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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