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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망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권상우 영화 히트맨 2를 보는데

1편 스토리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와이프가 황우슬혜였던가

그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망월사를 다녀온 지 십 년도 넘은 것 같다

태고사를 다녀온 지는 더 오래된 것 같다

그곳들을 다녀온 먼 기억들은 생생하다

절간 앞 툇마루에 앉아 산봉우리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었던 일

오래된 일들이다


주말극 드라마도 전편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아 연결이 잘 안 된다

가까운 곳의 기억 상실이다

세 살 적 기억은 또렸하다

돌아가신 엄마는 제 기억력에 놀라 신동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바보가 됐다


기억을 삭제하는 기능이 활발해졌다

뇌가 더 이상 기억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냥 창고에 쌓인 낡은 기억들만 기억하려 하고 있다

멈추는 것이다

더 이상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기억하지도 말라는 암묵적 지시다


그래 뭐 더 좋은 일이 더 있겠냐

네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추억이나 곱씹으며 살아야지

별 수가 있겠냐 하며

미친 시인의 노래나 들으며 그렇게 봄날은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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