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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온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그 사람이 온다

바다 건너 물 건너 내게로 온다

사랑이 얼마나 허망한지

아직도 깨닫지 못했는지

무막하게 온다


그 사람이 온다

봄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철 모르고 남풍 따라온다

우리의 봄날은 벌써 저 멀리 가버렸는데

무모하게 온다


그 사람이 온다

향일암 해돋이 본다고 삼십 년 만에 여수로 온다

해는 지고 어두운데 불 밝히며

온다


그 사람은 무모하게 오는데

금오산 자락에 진달래가 만신창이다

나는 차마 어디 숨을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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