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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by 시인 화가 김낙필



마을버스 타고 열두 정거장 가서

1호선 전철 타고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환승

강남까지 이렇게 꼬박 두 시간 걸려서 출근한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십여 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퇴근을 했다

늘 춥고 덥고 지치고 하지만 다른 답이 없었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

뉴질랜드는 좋은 나라다

그러나 여기도 이방인으로 살기는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넓은 파도와 넓은 자유가 있었다


"미안하다"

"더 좋은 환경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하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아빠는 말했다

부모 걱정 말고 너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거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한국을 떠났다


왜 여배우들은 담배를 피울까

외롭고 쓸쓸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그럴 테지

외롭지 않기 위해 현란한 조명아래 춤추는 사람들

한국은 늘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앞날이 불안했다

나도 불안하고 힘겨울 때면 담배를 피웠다


불이 나고, 이념에 갈려 싸우고

서로의 권익을 위해 갈라서는 분노의 나라를 떠난다

남은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유가 뭔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진정한 자유는 어느 땅에 있는 것인가

그런 곳은 없다ᆢ<영화 '한싫'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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