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사랑
비 오는데
비가 오시는데
저 산너머로 붉은 황혼이 진다
저곳에는 밝은 저녁인가 보다
하늘빛이 온통 붉은 주홍 빛이다
비가 부슬부슬 힘없이 내린다
여행길에 만난 폭우는 숙소의 전기마저 끊어서
일몰도 못 보고 별도 못 보고 몸조차 못 씻었다
깜깜한 숙소에서 숨 죽이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먼 사막 일몰을 보기 위해 두 시간을 달려갔지만 해는 이미 지고 어둠이 내렸다
둘이 있고 싶어서 둘이 있자고 하면
세상 이목이 두렵다며 거절만 한지 10년이 됐다
목련이 피고 장미가 져도 변하지 않았다
낙엽 지고 눈이 내려 시베리아 같은 눈보라가 칠 때도 둘이 있을 수는 없었다
세상의 눈이 매의 눈 같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데
사막에 눈이 내리는데
별도 지고 달도 지고 해도 지고
적막강산 같은 세월이 흘렀다
바보같이 이별도 못했다
바라만 보다 십 년이 그렇게 훌쩍 가버렸다
그렇게 혼자서 하얀 사랑만 했다
나는 세상의 눈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는데
이제 엉치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다
이제 안 아픈 곳이 없으니 죽을 날이 코 앞이다
둘이 있을 날은 앞으로도 없겠다
이번 生엔 틀렸다
이렇게 마감을 해야겠다
갑자기 동태찌개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