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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오해

by 시인 화가 김낙필


몇 년 전 아들이 쉬는 동안 여행을 다녀왔었다

가고시마, 대만, 계림 이렇게 세 번을 같이 여행했다


가는 곳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여행하는 건 처음 봤다고 이구동성 부러워했다

그래서 아들은 갑자기 효자가 됐다

여행 내내 아들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얼마 전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나와 여행하는 게 재밌냐고

아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무슨 재미로 다녔나요

아버지가 마땅히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해서 대신 따라 나선거지요


그렇구나, 날 봐준 거였구나

아, 큰 오해를 했다

나와 여행자들 모두 속은 거였다


그 이후 부담스러워서 같이 여행 가자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다

어쨌거나 효자는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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