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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폭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대설주의보 다

겨울비가 동장군에 밀려 폭설로 변했다

내설악의 눈은 울산바위를 덮고

강릉 앞바다를 침략했다

오징어 배들이 집어등을 끄고 잠들어있다

청양댁 선술집도 눈발에 가려 적막하다


오색 약수터를 내려오며 앞이 안 보였다

춘자는 미아리 생활을 접고 삼척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초당 약수터에서 자동차 시동이 꺼졌다

앞이 안 보여 도저히 길을 갈 수가 없었다

초설이고 폭설이다


춘자는 공황장애가 심해져 밤마다 기함을 했다

의사는 귀향하라고 충고했다

초당두부를 시키고 탁주 한 사발을 들이켰다

음주를 했으니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

허름한 민박을 하며 밤새 눈 내리는 소리나 들어야겠다


밤새 소나무 가지 찢기는 소리가 비명 같았다

水雪의 무게는 바위덩어리 같았다

눈은 밤새 내렸다

그렇게 길이 사라지고 집들이 파묻혔다

세상이 단순하고 깨끗해졌다


그렇게 폭설은 밤새 만물을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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