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by 시인 화가 김낙필


국회의원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싸우고

과학자들은 인류 문명을 위해 싸우고

노숙자들은 추위와 싸우고

셀러리맨들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싸운다

운동선수들은 금메달을 위해 싸우고

군인들은 승리를 위해 싸운다


가을햇빛에 물드는 단풍의 생애에 대해 동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 잎새가 벼랑 끝 일생과 닮아있다

언제 죽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요히 죽는 법에 고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바람의 행로를 배워야 한다

바람이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 마지막 잎새를 떨구기 위해

바람이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지 알아야 한다


각자의 생애가 다르듯 죽음의 방법도 다르다

낙엽은 한 시절 푸르름에 만족하고 미련 없이 떠난다

나무는 겨울잠을 자고 다시 봄을 기약한다

인간들만 고작 한 시절로 끝이다


여행은 生의 나를 위한 위로다

싸울 시간에 여행을 떠나보자

앞으로만 걷지 말고 뒤로도 걷는 여유를 가져보자

길은 그렇게 우리에게 또 다른 길을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