離緣

by 시인 화가 김낙필


이승에서의 인연은 이제 정리하려 합니다

그동안 같이 놀아줘서 감사하지만 이제 그 인연은 놓으려고 합니다

인연이란 이승에서의 緣이라서 이곳을 떠나면 헤어지는 緣이랍니다


어느 날부터 연통이 없으면 떠난 줄 아십시오

마지막 인사는 못합니다

그럴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서로 구차한 일입니다

그냥 그려려니 하십시오


이제 인연의 끈을 놓으려고 합니다

또 다른 세상으로 가기 위한 준비지요

가방은 다 싸놓았습니다

양말 한 짝, 속옷 한벌, 칫솔 하나, 털모자 하나가 전부입니다

노잣돈이야 엽전 열닷냥쯤


이승의 삶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연애도 했고 글도 쓰고 노가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도 했습니다

친구도 많아서 심심치 않았습니다

좋은 호우시절을 보냈습니다


좋은 부모 만나서 여유롭게 살았습니다

좋은 인연들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그 인연들을 모두 두고 가렵니다

이승에 꿈들을 모두 놓고 갑니다

안녕히들 계십시오 먼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