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건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마법을 건다

오후에는 눈이 내리고 흰 당나귀가 오고 나타샤가 나타난다

그리고 함께 깊은 산골 마가리로 간다

백석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그렇게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다


나는 필레 약수터를 지나 흰 골짜기 은비령 은자당으로 간다

눈이 펑펑 쏟아져 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간다

겨울이면 수도 없이 다녀갔던 곳

은비령 골짜기가 아니더냐

은자당 사모님께서 마중 나와 함께 하던 곳


마법을 건다

한계령에 폭설이 내려 길이 사라지고

허리춤까지 푹푹 빠지는 마설을 헤쳐 마가리로 가면

굴뚝에서 연기 나는 굴피집이 나타나고

당신이 가마솥에 보리밥, 보리감자를 얹히고 시래기 된장국을 끓이는 저녁이 있을 텐데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 백석이 아니라 평생 그런 꿈만 꾸며 산다

이듬해 진달래가 만발해야 길을 터 나올 수 있는 샤갈의 마을에서

눈 속에 파묻혀 반달곰처럼 동안거를 하고 살았다는 것을

동화책에 쓰고 말 거다

기필코 쓰고 말 거다


마법을 건다

한 번만 더 그런 겨울이 오기를

백석과 은비령과 한계령에 마가리 마을에 은자당에 굴피집을 짓고 한 겨울만 살다 왔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되지도 않는 상상으로 평생을 살았으니


헛살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