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이 거기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雨愁

by 시인 화가 김낙필


비가 내려서 내가 젖었습니다

내가 젖은 다음 세상도 젖었습니다

오늘 당신을 만나러 배를 타러 갑니다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대한해협을 건너갑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메마른 파초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경로당 화단에는 매년 웃자란 파초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습니다

마치 나타샤를 기다리는 듯 목말라합니다


비가 내려서 좋았습니다

가방을 끌고 동해 삼척으로 갑니다

아스팔트 위로 매끄러운 길이 다시 생겼습니다

비바람이 거세도 한계령을 넘어갑니다

동해는 파도의 물결이 출렁이고 비에 젖은 물새가 추락하듯 방파제로 숨어듭니다


우수가 지났습니다

낼 모래면 경칩이지요

나는 비를 맞으며 그대 만나러 갑니다

비가 와서 좋습니다

눈물을 가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비에 젖어 갑니다

비가 내려서 갑니다

세상이 젖어서 좋습니다

용대리 지나 동해로 갑니다

그대 만나러 갑니다

비와 함께 갑니다

당신의 집이 거기 살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