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상 계 단

by 시인 화가 김낙필



바지 지퍼를 내리자

숨어있던 별들이 후르륵 떨어졌다

창수는 벽에 기대어 지구 저편의 호수 오두막을 생각한다

돈밖에 없다는 여자는 창수의 다리 사이에서 물을 퍼 올리는 중이다

한장을 약속받은 창수는 한달치 애들의 용돈이며 학원비를 버는 셈이다

벽은 차고 단단했다

빌딩은 치밀하지만 창수의 알바 자리로는 그만이다

일층 커피샾에서 이십삼층 비상구는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창수는 내내 흥얼거린다

만나될게 또 다른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내가 부르면 언제든 바로 와야 돼"

다짐을 하고 샤넬백을 열어 수표한장을 쥐어준다

창수는 구십도로 절을하고 비상계단을 내려간다

바지 지퍼를 올리자 햇볕이 화드득 쏟아져 들어왔다

엘리제 웨딩샾 관리부장의 호출이다

네ᆢ일호차 달려 갑니다

옥희는 오늘도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며 잠을 설친다

해가 뜨고 다시 지는곳에

연연했던 작은밤ᆢ

'잔나비'의 노래가 음유(吟遊)되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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