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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어떤 남자의 침대
by
시인 화가 김낙필
May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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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양과 무게를 기억하는 침대는 귀환을 환영했다
더블베드에서 뒹굴며 잤던
어설픈
크기의
피로는
꼬박 열다섯시간을 자게 했다
맨하탄으로 날아가는 도요새는 눈이 충혈되어 자꾸 눈을 깜빡였다
폭행한 남자는 평생을 먹여 살려야할
유화를 그리는 무능한 화가였다
할배가 되어가도 남자는 여전히 기가 죽지 않았다
딸애는 이 남자가 싫어서 어려서부터 집을 나갔다
두부 김치찌개가 끓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만드는 음식이다
하얀 이밥을 지어 찌개를 얹어 게눈 감추듯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웠다
여행중 위장에 고였던 기름기가 말끔히 지워지는 느낌이다
역시 신김치의 위력이다
도요새의 딸이 공항에 마중 나왔다
십년만에 깊고 힘쎈 포옹을 했다
딸에게서 은은한 라벤더 향이 배어났다
사진으로만 봤던 코몬도르(개)도 반가웠다
삼개월간 딸과 지낼 요량이다
여자가 없는동안
남자는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좋겠다
김치찌개를 끓이는 시인과
유화를 그리는 남자는 사돈지간이 될지도 모른다
맨하탄과 타이페이와 서울은 얼굴빛이 다르지만
지는해의 색깔은
많이
닮았다
여자는 남자를 저주했다
半生을 폭행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라면 한끼를 먹고
팔리지 않는 그림을 오늘도 그리고
있
다
시인은 여행에서 돌아와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
다
남자는
지금
버림받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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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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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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