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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 번 지

by 시인 화가 김낙필



마른 햇볕이 도망가는 저녁

변기에 앉아 옥희는 마른똥을 누고있다

수압이 낮아 똥덩어리가 둥둥 떠다닌다

멸치 똥을 따면서 멸치의 죽은 변기를 생각한다

꽈리고추 꼭지를 따면서 꽈리의 북쪽 고향도 생각한다

후라이팬에 콩기름을 두른다

계란 노른자가 부르르 떨더니 어둠이 내려 앉았다

옥희의 고향은 송현동81번지 산동네다

용현동 옐로하우스 홍등 밑에서면서 옥희는 동생 둘을

대학까지 보냈다

장마철이면 창가에 턱을괴고 아랫동네가 야단법석 물퍼내는걸 보며

옥희는 낄낄대며 웃었다

물고기들이 퍼득거리는 사금파리 환상을 보는듯 했다

파르르 눈시울이 떨려오면서 출근시간 이다

죽은새들의 날개를 밟으며 옷을 갈아 입는다

빨갛고 빨갛고 아주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숨어있던 은빛 편린들이 후드득 푸른 소매위로 떨어져내렸다

옥희는 노란 가방을 메고 초록색 포니 택시를 탄다

밤은 안개에 젖어오고

옥희의 눈도 빨갛게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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