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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외곽 뒷골목처럼

by 시인 화가 김낙필



망또를걸친여인이지나간다
늙은개의걸음걸이를물끄러미쳐다보는노신사와빨간머리숏컷트의소녀뒤로보이는강가의불빛들
남자의뺨을때리는착한여자와여행가방을끌고헤메는청년의긴벤취와소주병이나뒹구는원룸에긴편지와함께잠든여자의취한모습이파리의뒷골목이다
서로의체온이전달되기도전에
입을빨고가슴을열고서로의몸을섞는파리고양이들의전투처럼호랑이보다무서운저녁은이미황홀하다
얼굴이남산만한괴물에게쫒기다만난밤의탄성에개발선인장이꽃피고빨간딱지소주병에몸이으깨진다
개의걸음이느리고신사의시야도흐린저녁뒷골목의풍경
거기는동부이천동어딘가외국인동네에서마주친여자의발톱같은날카로운문신이새겨져있다
남자가원룸을떠날때여자의속살을할퀴고호랑이보다무서운겨울은얼굴은거울은
누가더춥고누가더무서운지알길이없다
골목에서노신사와늙은개와빨간머리소녀와망토걸친여자의조우가신림동어딘가에서만난기이한

풍경을닮았다
여기는파리의외곽늙은개의 산책로,타로점을치던점술사가말했다
노신사의운명이개의운명을 닮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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