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 冬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아픔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 했던가
오래된 기억에서 세월의 냄새가 물씬 난다
가을빛이 완연히 익어가는 立冬
돌탑위로 오후 햇살이 기울어
떡갈나무 잎들이 찬연한 빛을 내뿜고 한줄기 마른 가을바람이

뺨을 스쳐가고 있었다
이마를 때리며 낙하하던 굴참나무잎에 잠시 수면하던 영혼이 일어섰다
낡은 의자는 오래된 수명 만큼이나 고즈녘 하듯
노인네들 서넛이서 가을빛아래 단풍처럼 물들어가고
나는 아픔도 모른채 햇살처럼 기우러져가고 있다
떨군 잎들이 발바닥에 부딪쳐 바스락 거릴때마다 아프다
아, 나는 평생 사랑하느라 슬픈 몸이 되었는가
그리하여 아픈것이라면 평생 서럽게 사랑하리라
참나무숲의 바람과 향기와 소리와
가을빛의 소슬함을 사랑하리라
그렇게 슬퍼하며 사랑하리라
아픔의 잔해들로 더욱 사랑이 깊어 지기를 소망한다
이 가을 방황의 끝은 저 흰 숲속의
눈내리는 그믐밤 같으리니
이 로맨틱한 가을이 부디 오늘처럼
풍요롭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