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름 눈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아카시아 꽃그늘이 이렇게 추울지 몰랐다
한여름이 가슴을 파고들어 눈발을 날릴줄 몰랐다
연옥의 길이 아픈줄은 알았다만 세상의 길이

닿아있는 줄은 몰랐다
포구를 떠난 배들이 귀항하는 저녁
꼬리문 물결이 슬플줄은 몰랐다
그대가 내 그림앞에 서서 노을이 되었을때 알았다
이별은 예정된 운명같은 것일거라는 예감
알수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
그러다 어느날 홀연히 창공에 배회하는 솔개연에서

그대 얼굴을 떠올리는 우연을 만나고
아, 벌써 시끄럽게 울던 여름도 가는구나 알았다
배곶포구 앞바다에서 낚시줄을 드리우고

소래로가는 배들을 본다
꽃들은 다지고 꽃술만 살찌는 날에
탁주 한잔 안주도 없는 저녁
건너 LNG선에 불이 환하게 들어오고 자리 걷어야할 시간
여름눈이 시리게 온다
뻘밭에 배회하는 새들도 어둠에 묻히는 시간
투명한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