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손두부 한모와 양파, 쪽파를 사들고 오는 길에 GS슈퍼에 들러 양념 불고기 팩을 사들고 와서 저녁 반찬을 만든다 소고기 팩은 반을 덜어 달달 볶다가 사다 논 애호박을 듬성듬성 썰어 퍼붓고 당근, 양파, 쪽파 순으로 넣고 센 불에 볶는다 팬을 기울여서 진간장 한 스푼 넣고 불내가 나게 태우고 마지막 간은 새우젓 반 스푼을 넣고 재료들을 골고루 섞어준다 마무리는 후추, 참기름, 참깨를 뿌리고 소고기 호박 볶음은 이렇게 끝났다 새우젓 반 스푼이 비장의 무기다
어제 끓여놓은 된장찌개와 오이지무침과 올리브유에 지진 두부 부침을 함께 내놓으면 된다 밥상의 주인공이 귀가하더니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황급하게 출타한다 졸지에 일어난 상황이라 밥 먹으란 얘기도 못했다 저녁 약속이 있는 모양이다 열나게 준비한 저녁거리는 용기에 넣어 바로 냉장고行이다 여름이라 반나절만 밖에 두면 음식이 시고 만다 엊그제 해놓은 콩국물도 아끼다가 오늘 아침에 버렸다 나는 그냥 오뚜이 진 짜장 비벼 저녁을 때웠다 음식을 하는 사람이나 먹어주는 사람의 간극은 이렇게 멀고도 험난하다 저녁거리를 사러 돌아다닌 행적이 왠지 쓸쓸하고 서운하다 음식 하는 사람들은 많은 배신을 당하면서 또 하고 다시 하고, 안 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헛고생한 저녁 멀리 장마 전선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