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 은 病

by 시인 화가 김낙필




아무것도 필요 없는 지금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졌다
그래서 무겁고 버겁다
욕심이 한도 끝도 없어서 연약한 모래성만 쌓았다

나누어주는 법을 알았으면
깃털처럼 가벼운 삶을 살았을 텐데
갖는 법만 알고 살았다
일생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내게 필요한 건 비움
쾌락의 중심에서 외치던 욕정
허무함의 극치는 낯선 이기심
모래성을 허물고
나도 허물자

이미 너무 멀리와 버려서
허무는 것이 쌓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아, 나의 병이 낫지 않을 것이다
요셉, 너는 두렵지 않으냐
나는 두렵다

눈 오는 날 서울역
노숙인에게 외투를 벗어주며
위로하던 어느 천사의 모습에
벅찬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을 붉혔다

이웃이 사라진 황량한 세상에 아직도 이런 풍경이 남아 있었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지옥 같은 세상에 경의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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