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기를 낳으려고 해요 어떻게 아빠 없이 혼자 키울 거냐고 걱정하지만 애는 우유만 잘 주면 나무처럼 쑥쑥 클 거니까 걱정 없어요 방목할 거니까 과외비도 필요 없고 학원비도 필요 없어요 그냥 들고양이처럼 키울 거니까 걱정할 것 없어요 나중에 뭐 될 거냐고요? 글쎄, 그거야 세월 가봐야 알죠 도둑년이 될지 유명 스타가 될지 그건 그 아이 팔자소관이니까 아직은 어찌 될지 모르죠
애는 키우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예요 제 밥을 반씩 나눠 먹으면 되고요 혼자보다 둘이면 덜 적적 하니까 좋찮아요 애 낳을 동안만 아빠 집에 있을게요 그동안의 생활비는 나중에 돈 벌어 갚을 테니 봐주세요 저도 대학 같은 건 포기하고 돈 벌겠어요 돈 벌면 애와 함께 지구촌 곳곳 여행 다니며 살겠어요 애도 날 닮으면 야생마처럼 자유로울 거예요
아이 아빠는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알면 오히려 부담이 되니까 차라리 잘된 일이지요 그러니 애 주민등록에 제 패밀리 네임 '鄭'씨를 주기로 했어요 아빠, 절 믿고 맡겨 주세요 애는 잘 키울게요 아빠에게는 자랑스러운 손녀가 될 거네요
오늘 병원에 다녀왔는데 애는 건강하다네요 이젠 배가 불러와 학교는 자퇴해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많이 도와주세요 애는 낳으면 내가 19세 되는 날 출생 신고할 거예요 아직은 성년이 아니니까 일 년 정도 참으면 되겠네요
손녀 이름은 아빠가 꼭 지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 이름을 지어 주셨던 거처럼요 제가 늘 전교에서 일등 하던 것처럼 일등 엄마 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지켜 봐 주세요 아이와 나 모두 성공할게요 같이 행복할게요 아빠 사랑해요 ㆍ ㆍ 아빠는 아이 이름을 '탐희'라고 지어 주셨다 탐낼貪 계집姬ᆢ
탐희는 어느새 숙녀가 됐고 NY대에서 장학생으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후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UN 산하 기구에서 국제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