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녁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남성 시장에서 저녁 장보고 돌아가는 길
총신대역 13번 출구
공용 화장실에 들렀다
옆에 중절모를 쓰신 멋진 노신사가 볼일을 보신다
검버섯이 자글자글하신 등 굽은 연세 시다
구순을 넘기신 듯하다

시름시름 배뇨 중에 하염없이 방귀가 새어 나온다
뿡ᆢ뿡ᆢ뿡ᆢ뿡ᆢ
괄약근 조절이 잘 안되시는 모양이다
그 옆에 볼 일 보던 젊은이가 힐끗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그분은 무안한 지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신다

젊은이는 노인의 괄약근 조절 실패를 이해할 수 없다
제 것은 젊고 튼튼하니까
그러나 젊은 그도 그럴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오늘 노신사의 형편이 이해되겠지

서둘러 자리를 피해 나가시는 노인의 걸음걸이가 왠지 휘청 거린다
막을래야 막을 수없는 세월의 흔적은 괄약근뿐만이 아니다
관절과 시야와 기억과 근육의 소실은 회귀의 메시지다

누구도 잘못이 아니다
젊은이, 나, 노신사 모두 다 내 모습이다
세월은 누구나에게 공평하니까
세월 앞에서는 지식이나 권세나 명예나 재물도 의미가 없다
스러져 갈 뿐이다

나도 가끔 내 의지와 상관없는 방귀가 나온다
남의 일이 아닌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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