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이 온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서쪽 바다는 늘 무서웠다

속으로 집채만 한 파도를 숨기고 사는

거센 바다에는 고기가 살지 않았다

어느 날 돌고래가 해변으로 떠내려 왔을 때

굶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바다는 죽었다


빛의 굴절로 오아시스와 낙타 무리가 유랑하고

신기루처럼 사막에 초원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 세상일 뿐

사막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어느 날 마지막 사막 여우도 죽었다


펄펄 끓던 지구에 눈이 내렸다

폭풍이 몰아쳐 대지의 반이 물에 잠겼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떠 다녔다

얼마 후 배들도 사라졌다

태양은 뜨고 다시 가라앉았다

아마존 밀림도 점차 사라졌다


해가 서쪽에서 떴다

지구의 회전 방향이 바뀐 탓이다

세상은 물에 다 잠겨 버렸다

에펠탑 첨탑에 괭이갈매기 한 마리 외롭게 앉아있다

몽마르트르 언덕과 퐁네프 다리도 사라졌다

물의 세상이 왔다


스님의 좌선대 너머로 큰 너울이 밀려오고

세상은 해일에 잠겼다

풍경소리도 물속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