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 한

by 시인 화가 김낙필





[忙中閑]




누워서 벽에 걸린 새해 달력을 본다

壬寅年 1월이 펼쳐져 있다


월력 그림에는

눈을 이고 선 노송들이 일렬횡대로 서 있고

뒤로는 눈 덮인 산하가 보인다

겨울 풍경이다

설경이 아름답다


농협 달력이니 유명 화가의 그림이 분명하다

산맥 너머로 진회색 하늘이 금세 눈이 쏟아질 기세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내가 그림 속에 들어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덮인 산하가 차지 않고 따듯하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으면서 감회가 다르다

인생은 구십부터라는 어느 노시인의 호탕한 허세가 부럽다

하루에 이 만보씩 걷고

매일 철봉에 매달려 그네를 타는 구십 노구가 육십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그 기개가 경탄스럽다


저 새 달력이 마지막 장을 남길 때면 또 어떤 새 해가 기다릴까 궁금하다

지금은 그저 눈 덮인 산하 속에 들어 망중한을 즐길 뿐이다


하나도 빠쁘 지도 않은 한가한 망중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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