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들어가고 픈, 최종적으로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관중 여러분, 육성 응원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육성응원을 자제해 주십시오. "
경기는 과열되고 답답한 팬들에게 장내 아나운서가 바치는 말, 잔디 냄새 맡고 선수들 숨소리 듣는 거 좋은데 경기를 보면서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응원도구 하나를 잊어 버린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야로나 이 모든 것을 힘들게 만들어 버린 친구에게 욕을 쏟아붓기엔 너무 많이 와버린 것 같고 모두 잘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건데. 이로 인해 나의 최고 취미가 날라가는 건, 화가 났다가 이젠 그냥 그러려니.
원정경기를 가고 싶어하는 건, 사람마다 다른 기준이겠지만. 내 팀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곤 한다. 각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우리 팀을 응원하면서 먹거리도 먹고 바람도 좀 쐬고. 그 덕에 시즌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친구들도 많이 있는데. 야로나 때문에 이조차도 할 수 없다. 물론 내가 응원하는 원정팀이 아닌 척 무덤덤하게 가고 경기만 물끄러미 바라봐야하고 (어쩌면 홈팀의 리액션도 따라해줘야 되고, 이거 안하면 신고 받는다는데...) 내 팀 골 넣어도 좋아할 수 없으며 답답한 경기력에도 망부석이 되어야 한다는데. 이러면 경기장을 갈 이유가 있나. 티비보면서 우리 집에서 소리 질러야지....
그렇게 저렇게 원정 경기도 간지 1년이 뭐야... 유상철 감독님 마지막 응원하러 창원 따라간게 마지막이니 2년이 넘어가네. 홈 경기장도 코로나 이후에 처음으로 이번 시즌 가보았지만 소리를 못내니 이거도 못할 짓.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심지어 맥주도 못먹고!!!!!) 경기장을 벗어나야했다. 아 정말 힘든 좌석이다.
필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팬이기에 주로 스탠딩 석을 많이 이용하곤 했다. 당연히 뛰고 춤추고 목소리 내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서포터 역을 자청했다. 찬트는 최고의 힘이 실린 응원도구라고 생각한다. 안 듣고 있을 것 같지만 들린다더라. 우리의 간절함도 같이 전달되는 최고의 수단을 놓칠 수 있으랴.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요새 연패와 부진 속에 빠져있나 싶었지만 성적을 보면 조용하거나 날뛰거나 별차이는 없는게 함정이기도 한 우리팀.
엇박을 넣어 추임새를 넣고, 골대로 들어오는 모든 원정 골키퍼들에게 '미끄러줘!' 해도 꾸벅 꾸벅 인사하는 선수들. (병지형, 더 땡큐) 더 응원해 달라고 손짓하는 선수들. 골 넣고 서포터즈들에게 오는 선수들. 잔류하고 중요한 승리마다 스탠딩 석으로 올라오는 선수단들. 여기까지가 우리가 열심히 쏘아 올렸던 스탠딩 석에서의 추억이다. 현재는 잠정 휴업으로 목소리 없이 박수 치고 댄스로 승부해야 되지만 우리 스탠딩 석은 그런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다른 팀 스탠딩 석도 다르지는 않을 거라 본다.
며칠 전 육성 응원으로 인해 피해를 봤던 경기장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정 응원팬을 잡지 못하는 프런트, 경기를 망치는 심판진. 홈팬의 억울함과 화남이 어우러진 기가 막힌 소식이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잘 따라준다는 전제하에 원정석을 개방하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아예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되면 현장에서 연행되는 것까지도 허락된다면 그냥 받아서 이런 저런 문제 없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원정팬들이 경기장에서 요란 떤다라고 하면 원정팀 프런트에 징계 세게 때리고. 물론 홈팬 좌석도 부족한데 이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어딨냐라고 할 수 있지만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 원정 응원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더라도 운영하는게 좋지 않겠냐고.
다시 말해도 우리는 지금 야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축구팬들의 니즈를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가슴에 달린 엠블렘 폰트만 바뀌어도 난리 부르스가 되는 마당에 이런 팬들의 마음을 우리가 쉽게 놓을 수는 없다. 정확하게 우리의 마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관중 경기밖에는 없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어쩔 수 없이 관중을 받는다는 건 수입을 위해서나 그런 부분도 있지만 경기를 보여준다라는 관점의 팬심을 생각했다는 것이고 원정 팀이라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자체도 버릴 수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기에 홈팬만을 생각한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필수 요소 하나를 버리고 게임에 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정 팬들은 홈 팬을 가장해서 들어오고 있다. 우리 팀을 가까이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이다. 나쁘지 않다. 우리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충성스런 팬들은 계속 존재해왔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다.
1) 현재로서는 그냥 조용히 보세요 - 아직 리그는 원정석을 허용하지 않았고 규칙에 따르셔야 합니다. 그러시지 않을 거라면. 난 내 팀에 대한 사랑을 숨길 수 없어하면. 가지 마세요. 저처럼.
2) 연맹은 원정석을 고려해보세요 - 차라리 모아놓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간격 더 띄워서. 마스크 벗으면 쫓아내시고. 해꼬지하는 홈팬들 있으면 제지하시고. 징계 완전 때릴 각오가 되어계시면.
3) 소리 치려면 집에서 치세요. - 홈에서도 원정에서도 내팀을 숨길 수 없는 저는 마스크끼고 티비보면서 소리지르고 있습니다. 홈팬, 원정팬 가릴 거 없이 이건 지켜져야 합니다. 그냥 가지 마세요. 외침이 고프다면.
이상 그냥 원정석이 열려서 소리를 치고 싶은 사람의 글. 그냥 저냥 썼는데. 빨리 야로나는 끝났으면 좋겠네. 다시 마스크 벗는 그날 제일 큰소리를 지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저도. 열심히 TV로 응원중이다. 모두의 리그를 만드는 구성원이라는 생각과 축구를 즐기고픈 모든 분들의 대변은 되지 못하겠지만. 각자 좋은 방법으로 리그를 즐겨갔으면 한다.
"관중여러분, 자리에서 일어나서 힘차게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주십시오"
이말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전 진짜 소리치고 싶어요.